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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IX - 다양 이라올라

2025.12.19

필리핀 필드 트립에서 만난 다양 이라올라는 처음 만남부터 끝까지 놀라울 만큼의 환대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그래서일까, 한국으로 온다는 말에 받았던 환대를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아마 우리가 필리핀에서 가장 많이 배운 건 그 나라에 대한 지식이나 언어 같은 것이 아닌, 그러한 환대와 사랑의 경험일 것이다.   

  

다양 이라올라가 우리에게 전해준 탐바얀(Tambayan)은 비생산의 시간, 수다와 즉흥의 시간이다. 생산성 중독이라는 말로도 설명 가능한 이 시대에서의 비생산은 언뜻 배부른 소리로 느껴지기도 한다. 돈과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시선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 탐바얀은 직장에서 동료와 갖는 커피 타임이나 어느 길거리의 산책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주말에 있었던 일과 지금 내게 벌어진 상황, 다음 주의 일정에 대해 떠드는 그 모든 말들에 탐바얀이 있다.   

 

그 말소리, 커피 물이 끓는 소리, 발소리, 바람 소리, 웃음소리에 ‘미래와 현재의 소리’가 있다. 임의로 나누어지는 그룹이 말을 트고 이야기를 나눈다. 허무맹랑하지만 꿈꿀 수는 있는 종류의 무엇이 종이봉투에 담긴다. 무엇도 이루어지지 않는 허무한 시간을 냉소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과잉되었다. 그러니 미래의 소리는 조금 더 비워져 있어도 괜찮을 것만 같다. 탐바얀의 시간에서처럼. .   

  

– 한문희 (DCW 2025)

 

 

 

 

 

 

 

사진: 이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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