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Ⅹ- 김여명
누구나 언젠가 도망을 꿈꾸지 않던가? 피하고 싶은 모든 상황으로부터, 나로부터, 삶으로부터, 심지어는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탈출을 한 켠에 품고 산다. 회피는 때로 숨구멍이 된다. 탈미술을 말하는 것도 미술을 업으로 삼는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숨구멍이지 않을까. 진심의 농도가 어느 정도이든 간에, 나에게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걸 상기시키는 건 늘 도움이 된다.
김여명 큐레이터는 내게 언제나 신기하고 궁금한 사람이었다(가장 처음의 기억을 더듬다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사심과 함께, 준비하고 있는 DCW 퍼블릭의 형태에 그간 김여명 큐레이터가 해 온 방식이 우리에게 힌트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워크숍과 퍼포먼스, 형식이 고정되지 않은 채 다른 방식의 협업을 해왔던 큐레이터의 궤적과 과정상의 어려움이 쉬이 예측되는 큐레이토리얼에서의 고민이 궁금했다. 어떻게 가까워지고 어떻게 멀어지는지, 그 거리감을 재는 방식까지 말이다.
‘미술’과 ‘미술 일’의 거리를 재고 분리하는 것, 일의 형태가 아닌 미술의 방식을 찾아 나가는 것의 유효함. 행위의 즐거움. 피하거나, 견디기. 동의할 수 없는 수만 가지 일 사이에서 수용할 수 있는 현실을 찾기. 냉소적인 태도에서 지워지지 않는 어떤 낙관을 유지하기. 다시금 매개자로서 큐레이터에 대해 떠올린다. 이내, 비록 맴돌더라도 완전히 없어지지만 않는다면 아무것도 매개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 한문희 (DCW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