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Ⅷ - 하은빈
돌봄의 시간을 사는 이, 그 시간을 통과한 이들은 다른 피부를 입게 된다. 타인의 몸을 맡는/타인에게 나를 맡기는 연습을 하고, 시간을 함께 보내고, 함께 먹고, 밑을 닦고 똥을 치우는 일을 반복하고, 자책과 후회,탓할 대상 찾기에 더없이 능숙해지는 시간들. 너무나 관계에 기반하는, 그렇기 때문에 특별하고, 빛나고, 또 위태로운 돌봄의 경험을 말하고 쓸 때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에게 진솔한 말을 허락할 수 있을까.
은빈님의 말마따라, 자기 이야기를 하는 글에 대한 이중의 힐난이 있다. “타인의 이야기를 함부로 경유하지 말고, 네 이야기를 해.”라는 요구와 동시에 “자기 연민. 자의식 과잉의 글”이라는 비난이 함께 오는 것. 하지만 누군가를 빚지거나, 경유하거나, 누군가를 그 속에서 다룬다는 위험을 감수할 때 그만큼 더 좋은 글쓰기가 나올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도 개인적인 돌봄의 경험을 글로 써보려 할 때, 그것이 너무나 한정적인 경험에 기반한 편협한 사고가 아닐지, 나의 글쓰기가 돌봄을 지나치게 낭만화하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지, 나의 선택이 어떤 잘못된 편견과 신화를 공고히 하는 것을 아닐지 끊임없는 자기 검열과 질문 속에 나를 가두곤 했다. 조금 더 너그러워져 보기로 한다. 그 때뿐이 할 수 없었던 이야기에 충실해 보기로, 돌봄의 관계 안에서 있었던 여러 역동과 감정과 기억들을 떠올려 세세히 묘사해보고, 조각난 순간들일지라도 이어붙이며 서사를 그려보기로.
– 전지희 (DCW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