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W 대화 #002 미니마 에티카
전 세계에 산재한 재난과 폭력, 위기와 위험 속에서 시급함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은 각각의 영토에 머물며 하나의 개인으로서 자신의 삶 주변을 구성하는 공동체 안에서 인지하고, 화합하고, 갈등하기 때문입니다. 예술작품을 연구/수집/보존/매개하며, 전시/출판/대화/워크숍 등의 방식으로 예술 실천을 지지하는 큐레이터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에 윤리적 가치 판단을 더하게 됩니다. 예술가 혹은 예술작품의 실천과 지향이 궁극적으로 인간 본성에 관한 이해부터 세계 전체의 조화까지를 아우르기 때문입니다. 예술작품이 그러한 이해와 조화를 ‘목적’으로 삼고 있어서가 아니라, 이해와 조화 자체가 인간 행위의 산물인 예술의 성질 안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큐레이터는 무엇부터 걱정해야 할까요? 어떤 종류의 시간관으로 이 걱정을 현재화시켜야 할까요? 역사는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큐레이터에게 어떤 걱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이 걱정이 예술작품의 연구, 수집, 보존, 매개와 연결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을 때, 무너지는 세계에서 어떤 사과나무를 심어야 할까요?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많이 걱정하는 분들, 비관을 열정적인 실천의 동력으로 삼는 분들이 모여 최대한의 예술과 최소한의 윤리에 관한 갖은 생각을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