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Ⅳ - 허영균
언어를 통해 갈라져 버린 배제와 차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선택한 또 다른 언어가, 다시금 새로운 틈새를 만들어 버리는 에피소드를 들었다. 허영균 대표님이 세미나가 열리기 전, 개요를 메일로 보내주시며 적어주신 “망했다.”라는 문장과 연결된 이야기였다.
언어(말)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이를 적재적소에 끼워 넣는 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세미나에서 모두가 문제시하며 되돌아보았던 ‘모두’, ‘함께’, ‘감각’과 같은 표현을 오남용하여 진정으로 지칭하고자 했던 현장의 상태를 오히려 뭉개버렸던 경험 속 나의 '망함'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마치 이 단어들에게 내 부족한 구석을 챙기도록 떠맡기듯, 마무리를 부탁하듯 무심하게 굴었던 순간들이 부끄럽고 뜨끈한 온도가 되어 뒷목을 확 덮쳤다. 나는 한때, ‘단순히 ~가 아니라,' 같은 구절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곤 했는데, 물결표(~)의 여백 안에서 흔들리고 있는 의미들을 꼼꼼히 살피지 못한 채 쉼표(,) 너머에 주목할 수 있도록 조명의 큐를 넘겼던 기억들도 스쳐갔다.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결국 솔직해질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일이다.” 라는 영균 대표님의 이 말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솔직하지 못했던, 외면했던 순간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바닥에 질질 끌리는 그 끝자락에 수많은 먼지의 무게를 달고 무거워지곤 한다. 기획이 종이 위의 낱말과 보이지 않는 대화, 그리고 협의의 순간들을 거쳐 현장의 시공간에 도달했을 때, 나는 이전보다 조금 더 나아간 정확함과 솔직함을 준비하고 싶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나의 기획 과정에서 발생했던 실패와 좌절들을 다시 꺼내어 살펴보려 한다. 아픔으로 남았던 순간들 속에서 솔직함의 가능성을 찾고, 내 안에서 맴도는 언어를 다시 검토하며.
– 박수정 (DCW 2025)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일시적인 전시의 현장 안에서, 관계들이 어떻게 만나고/어긋나고/다시 연결되기를 바라는지 질문하는 일. 영균님과의 만남을 통해, 매우 중요하지만, 자꾸만 놓치게 되는 이러한 질문들을 되새겨본다. 나는 이 기획을 통해 누구와 가까이, 잘 만나고 싶은가? 이 안에서 불가피하게 누락되고,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관계들은 무엇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리 있는 이들과도 미약하게나마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은 열어 둘 수 있을까? ‘모두’ 그리고 ‘함께’라는 이상으로부터 벗어나, “관계”의 범위와 조건을 구체화하고 그 한계를 솔직하게 터 놓는 것. 어쩌면 그로부터 우리가 더 잘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지.
– 전지희 (DCW 2025)
자신의 약자성을 사랑까지 할 수 있을까요? 받아들이는 데에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예술을 비롯한 사회가 취해야 하는 방향은 그 약자성을 더욱 혐오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게 돕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허영균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 중 “단어를 무한정 확대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에 크게 공감했어요.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를 존중하되, 그것이 포괄할 수 없는 의미가 필요해질 때에는 단어를 조합하거나 혹은 새로 만들어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나에게만 통용되는 언어를 모든 것으로 ‘퉁’치려고 하지 않는 태도요.
– 한문희 (DCW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