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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세미나 IV - 최유진

2021.07.10

상호작용과 상호 관계

박유진 (DCW 2021)

 

이번 세미나에서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디자이너로 재직 중인 최유진을 만나 여러 전시 사례들을 중심으로 동시대 큐레이팅의 역사에서 전시 디자인의 역할 변화와 큐레이터, 디자이너, 관객 등 여러 주체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동시대 미술에서 큐레이터는 단순히 행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서 생산과 실천의 주체로 변모하였고 이에 따라 예술가, 관객과 관계 맺는 방식이 변화해왔다. 예를 들어, 폴 오닐(Paul O’Neil)이 『동시대 큐레이팅의 역사: 큐레이팅의 문화, 문화의 큐레이팅』에서 언급한 <유토피아 스테이션 Utopia Station>(2003)의 사례로 보면 알 수 있듯이 전시의 디자인, 구조, 배치를 매개하는 큐레토리얼 요소의 전략이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예술가, 큐레이터, 관객 간의 관계가 다변화하였다. 관객이 전시와 관계 맺는 방식, 큐레이터의 수행성, 작가가 작품을 제작할 때의 태도 등 각자 다른 입장이 한 전시에서 만나게 된다.

 

전시 디자이너는 협업이 다양해지는 상황 속에서 주체들 간의 관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며 동시에 협업이 작동하는 방식을 가시화하기도 한다. 전시는 문자 그대로든 기호적으로든 공간적이기 때문에 고려하는 요소에 따라서 태도와 형식이 바뀐다. ≪개를 위한 미술관≫(2020) 전은 전시의 관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전시였다. 이때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작가이기보다 상상력을 발휘하여 개의 시선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 제작자의 입장을 취하였다. 이는 개인전에서 작가가 지닌 의사결정권과는 다르다.

 

전시장의 모든 요소들은 관객과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호작용을 이루기 때문에 전시 디자이너는 기획에 따라 전시 안과 밖의 상호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1990년대 초기 모마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전시 디자인과 최근 아카이브 전시에서도 등장하는 프레데릭 키슬러(Frederick John Kiesler)식의 디자인을 보면 알 수 있듯 전시 디자이너는 제작자로서의 큐레이터와 구조를 설계한다. 연극적인 환경은 공간적 관계를 구조화한다.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2021) 전은 최유진 디자이너가 특히 큐레이터와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며 보다 많은 주도권을 가지고 전시 공간을 구성하였다. 리어 스크린을 이용해서 공간 내에 어디에 머물든 앞뒤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끔 디자인하였으며 전시의 중간에는 제작자들의 도구가 놓아 관객 참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또 다른 예시로는 ≪낯선 전쟁≫(2020) 전이 있다. 최유진 디자이너는 마치 영화에서 시나리오 내의 간단한 설명이 씬으로 확장하듯, 전시를 구성하는 여러 텍스트에서 출발하여 공간과 관련된 키워드를 확장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전시 디자이너는 큐레이터가 쓴 연구 조사 자료, 기획안, 서문 등을 꼼꼼히 읽고 핵심적인 요소들을 추출하여 디자인의 기초로 삼으며 최유진은 ≪낯선 전쟁≫에서 브루탈리즘 건축(Brutalist architecture)을 공간을 지탱하는 키워드로 선정하였다. 1950년대와 60년대의 건축물들이 가지고 있는 구조, 재료의 속성과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와 연결된 역사적인 지점 등에 착안하여 전시 전체 구성을 고려하였다. 이때 작품 수, 작품의 매체, 작가의 의도, 관객 동선, 작품 설치 방식과 순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조율하며 매개자로서의 디자이너의 역할을 하였다.

 

참여자들은 최유진 디자이너와의 대화 속에서 전시의 성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큐레이터와 전시 디자이너의 접근 방법에 대해 논의하며 주도권을 쥐기도 하고 나누기도 하는 관계 속에서 함께 씬을 읽고 만들어나가는 대화가 중요함을 인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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