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닫기

두산연강예술상

창작자 지원두산연강예술상
이홍도


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언론홍보학과 졸업


극작
2022 <베케트 몽타주>
2021 <아직 연극이 있던 시절에 대한 소문들 또는 변신 이후의 극장>
<2032 엔젤스 인 아메리카>
<이홍도 자서전(나의 극작 인생)>
2020 <미국연극/서울합창>
<컬럼비아대 기숙사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동양인 임산부와 현장에서 도주한 동양인 남성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지나치게 짧은 보도기사>


공동작업
2021 <없는 극장>
<불필요한 극장이 되는 법>
<서울코메디>


연출
2021 <돼지의 딸>
2019 <미국연극 리메이크>


수상
2020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2018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젊은 비평가상 가작(공동수상)

 

심사평

우리는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가 어떤 위기에 직면했는지를 하루가 다르게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인류의 시간과 공간을 가득 채워온 진보에 대한 강한 열망 한편에 차곡차곡 쌓여온 회의와 불안이 도처에서 막바지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우려했던 자본시장의 질서는 파괴되었고,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은 점차 환상이 되어가고 있다. 무차별적인 환경파괴로 인해 지구 생태계는 극한의 위험에 노출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인류를 극심한 혼란에 빠뜨린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앞으로도 개발이란 명목으로 계속 자연을 파괴하면 할수록, 야생동물의 개체수는 줄어들 것이고, 그 결과 바이러스들은 자연스럽게 인간 쪽으로 옮겨와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가 도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무후무한 거대한 위기 앞에서 이제 인간과 그 인간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해 치열하게 반성하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생산적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연극은 늘 극장 밖 세상의 정치, 사회, 문화, 무엇보다 기술적 전환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변화해왔다는 점에서 작금의 이 상황은 지금, 여기의 연극에게는 또 한번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인 것이 분명하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연극은 그것을 어떻게 새로운 형식의 연극적 소통으로 구현해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한 이 세상의 무감각을 흔들 것인지에 대해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고민이 절실하다. 이는 한국연극이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내용이건 형식이건 소위 연극에서의 새로움은 관객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양식적 장치가 아니라, 세상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에 대해 다가가는 중요한 정치적 기제다.

2022년 두산연강예술상의 최종 수상자로 이홍도 작가를 결정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컬럼비아대 기숙사 베란다에서 뛰어내린 동양인 임산부와 현장에서 도주한 동양인 남성에 대한 뉴욕타임즈의 지나치게 짧은 보도기사>, <미국연극/서울합창>, <이홍도 자서전(나의 극작 인생)>, <2032 엔젤스 인 아메리카> 등 이홍도 작가는 세상이 만든 경계 위에 서 있는 한 인간이자 작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무엇보다 당사자성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입장을 글쓰기의 주요 기반으로 삼아왔다. 최근 공연한 <베케트 몽타주>에서는 베케트와 릭클루시, 그리고 자신과 배우 윤상화라는 서로 다른 층위를 교차시키는 가운데 물리적, 정신적으로 닫힌 상황에서 벗어날 출구로써의 연극에 대해 질문한다.

작가로서 그리고 연출로서 젠더, 인종 등 모든 인위적 경계에 대해 다각적인 질문을 제기하며 독창적 행보를 이어온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전지적 관점에서 조망하며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을 제시하는 이야기꾼 혹은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희곡의 메시지는 절대 작가에게서 관객으로 일방향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신 그는 자신의 내러티브를 교차와 충돌, 조립과 해체, 재구성의 패턴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안드로이드 텍스트에 가깝게 구현한다. 열린 기표들은 하나의 물질이 되어 다양한 층위를 오가며 연속해서 의미작용의 파동을 일으킨다. 이제껏 그의 희곡을 접한 연출과 배우들이 유독 전례 없이 독특한 연극성을 창출하며 무대 공간을 역동적으로 구성해낸 것도 그가 자신의 희곡을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모두가 함께 직조해야 하는 열린 관계의 텍스트로 제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 또한 작가가 만든 설명이나 주장에 대한 기계적 동의, 그리고 감성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은 작가가 열어놓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 가운데, 그 안에 동시대의 수많은 공적인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듯 이홍도의 작품은 재현된 핍진성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만큼 혼란스럽고, 전개라고 할 것 없는 파편을 나열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하지만 작가와 함께 소위 ‘당자사성’의 맥락으로 채 들어가지 못하는 관객 혹은 독자를 어떻게 그의 희곡 안으로 초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더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의 작업이 창작 당사자로서의 ‘나’에만 머물지 말고, 내가 세계와 보다 다층적으로 만날 수 있는 예술적 방법에 대해 모색해 나가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예술의 발전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서 찾아야 한다는 믿음으로, 현대 예술의 특징인 ‘메타性’을 끈질기게 탐색하는 이홍도의 작가의식은 분명 격려받을 만하다. 이러한 이홍도 작가, 연출가의 연극적이고 놀이적인 극작술에 지지를 보내면서, 앞으로 더 많은 확신을 갖고 작업을 이어 나아가길 기대하며 그를 2022년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로 선정한다.

 

심사위원 강량원 김기란 이경미

 

제13회 두산연강예술상 자세히 보기(클릭)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