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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연강예술상

창작자 지원두산연강예술상
김낙형

1993  세종대학교 졸업 
2008  「맥베드」 각색/연출(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2005  「지상의 모든 밤들」 극작/연출 
2001  「별이 쏟아지다」 「나의 교실」 극작/연출 

 
자신의 경험과 타인에 대한 관심, 우리 자신의 무의식과 죄의식의 포착에서 출발하는 그의 이야기는 언제나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며, 현실 속에 공존하는 유머와 서정, 잔혹과 휴머니티는 그의 연극 속에서도 공존하면서 그의 연극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부여한다. 비정한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를 응시하고 그 속에서도 영혼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김낙형의 존재는 한국연극계에서 귀한 것임에 틀림 없다.
 

심사평

김낙형은 오랜 기간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한 길을 걸어왔다. 극단 76단에서 배우, 무대감독, 조연출 등으로 활동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1년 혜화동 1번지 3기 동인으로 참여하면서부터이다. 우리는 극단 죽죽(竹竹)이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으로 공연된 그의 작품들을 기억한다. 「별이 쏟아지다」(2001), 「나의 교실」(2001, 2003, 2006), 「지상의 모든 밤들」(2005), 「맥베드」(2008) 등 결코 다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의 존재감은 이미 우리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극단 76단의 후예로서 다소 거칠고 직접적인 화법을 구사한다는 선입관과 함께 그는 한국연극의 제도 속에서 큰 수혜를 받지 못한 작가에 속한다. 그러나 직접 작품을 쓰고 연출하는 그의 작품들이 보여주었던 세계와 삶에 대한 진정성, 사람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는 그의 글쓰기가 보여주는 상징과 은유의 구사는 그가 이 상의 첫 번째 수상자로서 모자람이 없다는 믿음을 준다. 연극인으로서 김낙형이 빛을 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작가적 자아로서이다. 그가 연출가라면 작가적 연출가라 말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만들어내는 연극은 작가로서 그의 이야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연극인 까닭이다. 자기 자신의 경험과 타인에 대한 관심, 우리 자신의 무의식과 죄의식의 포착에서 출발하는 그의 이야기는 언제나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며, 현실 속에 공존하는 유머와 서정, 잔혹과 휴머니티는 그의 연극 속에서도 공존하면서 그의 연극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부여한다. 비정한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를 응시하고 그 속에서도 영혼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가 김낙형의 존재는 한국연극계에서 귀한 것임에 틀림없다. 김낙형의 연극적 시선에는 서정과 서사의 이중성이 늘 존재한다. 그가 재현하는 이야기들은 늘 반쪽이며 그 이야기의 나머지 반쪽, 즉 전경화한 이야기의 앞, 뒤, 아래 혹은 옆을 암시한다. 김낙형이 암시하는 이차적 삶의 이미지들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 준다. 이것은 훈련된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가 김낙형이 세상을 응시하는 깊이에서 나온다. 김낙형의 작품에는 그 깊이에서 비롯되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우리에게 연극을 다시 발견하게 해주는 정서적인 조건을 창출한다. 때론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그 힘은 사실 너머의 진실을 추구하는 정신이며 동시대를 조준한 질문들이 지닌 진정성 이다.  김낙형의 이야기는 또한 전통적인 플롯이 아니다. 그 이야기 안에는 말 너머의 말, 물질화된 몸짓들이 있다. 그의 이야기에는 이상한 쉼표와 정지들이 존재한다. 김낙형이라는 작가는 쉼표의 호흡과 다양한 정지들을 빚어내는 제스처로 우리가 사는 일상의 주변과 틈새들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침묵들을 말로, 몸짓으로 발화시킨다. 그리하여 말과 말 사이, 몸짓과 몸짓 사이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절망적인 균열과 불균형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그 절묘함은 저자로서 자신과 자신의 시선이 포착한 현실 사이에 서정적이면서 서사적인 거리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그의 탁월함에서 비롯된다. 김낙형은 예술 지원제도가 한국연극을 ‘온실연극’으로 만드는 경향에 대해 우려의 말을 한 적이 있다. 또한 그는 관객과 정면 대결하지 않고 관객의 호오(好惡)를 따라가는 연극에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그도 이제 40대에 접어들려 하고 있고 생활의 평범성은 ‘악(惡)의 평범성’처럼 예술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침식하는 보이지 않는 적이 되어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는 작가/연출가 김낙형의 이번 수상이 한국연극의 스펙트럼을 넓혀온 소중한 그의 활동에 힘이 되기를 바란다. 요즘 연극들이 서로 비벼대며 만들어내는, 질문을 앞서가는 대답들의 소음을 견뎌내면서 작가 김낙형의 낮은 목소리가 지닌 조용한 파괴력이 새로운 가능성과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_ 김동현  노이정  조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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