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지원 작가
2013 연극 「가모메」 각색/협력연출
2012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작/연출
2011-2006 연극 「과학하는 마음」 시리즈 번역/연출
2010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1일」 구성/연출
2008 연극 「깃븐우리절믄날」 작/연출
치밀함과 실험성을 함께 지녔다는 것은 연출가로서가진 큰 장점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닌 연출가가 한국 연극계에는 많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작가가 자신의 텍스트를 연출할 때 종종 범하는 텍스트에 대한 지나친 함몰 가능성도 성기웅은 실험정신으로 나름 균형을 잘 잡아가고 있다.
심사평
제4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는 작가이자 연출가인 성기웅이다. 성기웅은극작과 연출 모두에서 섬세함과 정교함을 특징으로 한다. 때문에 “디테일이강한”이라는 수식어는 그를 자주 따라다닌다. 작가로서의 성기웅은등장인물의 심리와 상황의 심층을 나타내는 데 있어 섬세함을 넘어서 종종 집요함마저 보여준다. 군생활을소재로 한 「삼등병」(2006), 연애를 소재로 한 「다정도 병인 양하여」(2012) 와 같이 본인의 경험이 녹아있는 작품에서는 물론이요, 「소설가구보씨와 경성사람들」(2007), 「조선형사 홍윤식」(2007), 「깃븐우리절믄날」(2008), 「소설가 구보씨의 1일」(2010) 등 일제강점기 우리 근대문화를 재조명하는 작품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잘 나타난다.
소설가박태원을 비롯한 1930년대 문학인들을 다룬 작품들을 반복해서 창작한 것은 그가 한번 다루기로 작정한주제나 소재에 대해서도 집요함을 갖는다는 것을 알게 한다. 연출가로서 히라타 오리자를 지속적으로 번역하고연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런 행보는 그가 주제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풍조나 유행에 쉽게흔들리거나 경도되지 않는, 제 고집과 세계가 분명한 예술가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일관된 주제의식은 창작자에게 중요한 덕목이다.
학부에서국어국문학을 전공하기도 한 성기웅은 특히 구보 박태원과 근대 조선에 대해서 대단한 애착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젊은이답지 않게 과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고 깔끔한 무대적 표현으로 근대의 변화 속에 놓인 개인의 소소한 일상사를 세밀하게 펼쳐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유사하달 수있는 이 소재를 작품마다 매번 다른 형식으로 공연했다는 점이다. 연출가로서의 그는 사실 상당한 실험가이기도 하다. 「소설가 구보씨와경성사람들」에서는, 박태원과 문우들의 일화를 소설 「천변풍경」 속 허구와 교직하면서 근대 경성의 모습을잡힐 듯 무대 위에 그려냈다. 「깃븐우리절믄날」에서는 1935년이라는구체적이고 한시적 시간 속에서의 박태원, 이상, 정인택, 권영희 등 네 명의 실존인물의 행적을 자료에 근거를 두고 섬세하게 재구성했다.「소설가 구보씨의 1일」에서는 박태원의 동명 소설을 각색하는 대신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소설문장을나누어 낭독하게 했다. 여기에 주인공의 내면이나 상황의 이면을 표현하거나 1930년대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영상이 삽입되었는데, 전차?경성거리 장면 등 구보가 산책하며 보고 듣는 것을 영상으로 구현해 관객들이 구보와 함께 산책하는 것처럼 느끼도록한 연출인 동시에, 때로 그것은 시각적으로 구성된 일종의 주석(註釋)이었다.더불어 근대연극에 관련된 일련의 작업에서 보여준 한국언어에 대한 애착과 문학적 감수성은 우리 연극계에서 매우 드물고 소중한 부분이다.
개인의소소한 연애담을 ‘고백하기’, ‘프리젠테이션하기’, ‘토론하기’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생명을 불어넣은 「다정도 병인 양하여」,우리 군대 내부의 문제를 등장인물의 치밀한 심리를 통해 과감하게 보여준 「삼등병」, 난해한관념의 세계를 보여주는 동이향 작 「해님지고 달님안고」, 대단히 많은 등장인물이 제한된 공간에 별 다른사건 없이 오가면서 조용하면서도 치열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히라타 오리자의 일련의 과학연극 시리즈 등의 작품에서 연출가로서의 역량은 돋보였다. 최근에는 연출가 타다 준노스케(극단 도쿄데쓰락 대표)와 협업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가고 있어 흥미를 끈다.
올해성기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독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역은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그가 조용하고 느리지만 끝없이 관심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성기웅의 세련된 감각의 극작과 연출이 독일에서의 체류 경험을 계기로 더욱 깊이를 더해갈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인문학적 소양을 잘 갖추고 있으며 연극 어법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정신이 있는 연극인이기에 앞으로의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물론 작품의 양식이 일본의 조용한 연극 풍의 영향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으며, 이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들이 제옷이 아닌 것을 입은 듯 조금 삐걱거린다는지적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흔들림이 더 높은 도약을 위한 도정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평생 한 작품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예술가로서의 성기웅또한 자신의 독자적 창작의 세계를 구축하기를 기대한다.
_강일중,이병훈, 이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