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Ⅸ - 프레야 츄
세미나 Ⅸ - 프레야 츄
국제급 비엔날레의 큐레이터 팀 중 한 명이었던 프레야 차우와 함께 비엔날레로 대표되는 미술계의 정세, 직업으로서의 큐레이터의 성장(?)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보면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분명히 있으나, 어떻게 큐레이터가 될 수 있는지의 방법은 부재한다는 생각을 하며 큐레이터의 전문성에 대해서 질문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작가 섭외부터 신작 제작, 작품 설치 과정 등 상세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소개해 준 프레야의 모습과 용기를 잃지 말고 나아가자는 응원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게 되는 좋은 계기였다.
- 김여명
이번 세미나에서는 프레야 추에게 《Small World》를 공동기획한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전시 장소의 지리적인 특성을 강조하면서도 시의적절한 담론과 설득력 있는 매체를 통해 높은 몰입도와 흡입력을 끌어내는 국제 전시 구성 방법에 관한 힌트를 얻었다. 그가 《Small World》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키워드는 3가지, 규모(scale), 시간(time), 음악(music)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이 전시에서 특히 정치적, 경제적으로 중국, 나아가 서양과 대비되는 대만의 규모를 상상하는 동시에, 이러한 규모감에 팬데믹 이후 상대적으로 작은 범위의 커뮤니티(전 세계, 국가, 도시 차원의 거대한 모임이 아닌 개인이나 나와 가까운 소수 중심의 모임)에서 도모되는 존재론적 의의를 연결시켰음을 깨달았다. 또 그 음악을 감상하고 즐기는 공간을 조성해 그 안에서 대만 사람들이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그곳을 찾은 다른 이들과의 정신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경험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시간’과 ‘음악’의 관계를 증폭시켰던 점이 흥미로웠다. 의도적으로 공간 안에서 (나중에는 도록에서도) 글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자 월텍스트를 거의 붙이지 않으며 감상의 범위를 공간과 시간 자체에 한정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현장 경험(practical experience)’을 강조하는 형태로 전시의 또 다른 전략을 세웠음을 알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가 신작을 의뢰하고 전시하는 방식이었다.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기간 치고는 (그의 말에 따르면) 짧은 약 1년의 시간 동안 그는 10명에게 신작을 요청했는데, 처음부터 확실한 의뢰가 있었다고 하기 보다는 작가에게 굉장히 추상적인 단어를 공유하고 그에 관한 작가들 나름의 피드백과 여러 차례의 신작 구성안을 받아보며 함께 구체적인 문장과 주제를 다듬어가는 식으로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는 신작이 자리 잡아 가는 사이에, 전시 주제가 구축되어 가는 동안, 이 큰 줄기 근처에 또 다른 작가들, 구작들, 신작들을 붙여 나갔던 것이다. 종이에 상상의 나무를 하나 그려놓고 거기에 매달릴 다종의 가지와 열매를 채워 나간 느낌이었다. 무겁고 멀게도 느껴졌던 국제 전시 기획의 중요성과 의의를 가까이에서 체감하게 되는 세미나였다.
- 김진주
2023년 타이페이 비엔날레를 공동기획한 프레야 추(Freya Chou)는 대만과 홍콩의 예술현장과 비서구권 동아시아 큐레이터로서 초국가적인 의제를 다루는 비엔날레를 큐레이팅한 경험을 공유했다. 아쉽게도 타이페이 비엔날레를 직접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프레야 추에 따르면 팬데믹 직후 열린《Small World》는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드러난 전세계적인 연결과 단절이라는 양면성과 미시적 감각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프레야 추는 이번 타이페이 비엔날레를 기획할 때 ‘감성의 재구축(rebuilding sensibility)’에 특히 무게를 두었는데, 그러한 실천의 일환으로 전시장 안에서 많은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웹사이트에 저널 코너를 만들어 인터뷰, 에세이 등을 업로드하는 형식을 취했다. 또한 전시 도록도 관습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포토 에세이의 형태로 만들었다. 프레야 추가 비엔날레에 전시된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을 공유해주었을 때 기억에 남았던 사례는 팔레스타인 작가 사미아 할라비(Samia Halaby)였다. 할라비의 작품을 선정함에 있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낙차를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획자가 선택한 것은 작가와 작품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 신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