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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Ⅶ - 최유미

2023.12.23

세미나 - 최유미 (연구자)

 

 

 

최유미는 소수자성을 띤 신체를 결핍으로 보지 않고, 신체로 인해 구분된 위계를 다르게 보기 위해 어떠한 자세가 필요한지 이야기했다. 또 우리가 공통으로 공유하고 있는 문제의식인 당사자성에 관해서도 함께 고민했다. 그는 당신의 고통을 이미 알고 있다는 태도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에 대해 단편적인 부분만을 감지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자각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발언할 수 있는 자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증언과 자긍심을 동시에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보려는 행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번역 불가능한 몸의 문제를 윤리적 어휘로 치장하지 않고 파열음을 만드는 행위, 그럼으로써 어떤 한계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않은 채 불분명하고 불편하게 남아있는 잔여를 들여다보는 행위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 유승아 (DCW 2023)

 

 

 

“우리가 미래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그리고 밀려오는 미래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감각에서 출발하고 싶다.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우주선을 다시 설계해보자. 그러한 설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면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각자가 가진 도면을 교환하고 살펴보며 단 한 사람에게 맞춰진 도면이 얼마나 많은 존재들을 배제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 그러나 우리가 그 무수한 도면을 함께 살피고 계속해서 수정해 나간다면,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노화, 장애,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자 고민해볼 만한 이야기의 하나로, 최유미 선생님이 나눠주신 윌리엄 맥어스킬의 『우리는 미래를 가져다 쓰고 있다』의 위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두텁고 곧은 거대 서사 주변에 움트는 수많은 미시 서사들, 더 매끈한 서사를 만드는 과정보다, 그 주변부의 거칠거칠하고 울퉁불퉁한 가장자리 감각을 몸소, 함께 느끼는 일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다 함께 이 거칠거칠한 면을 감지했다면, 느낀 후에 무엇을 해야 할까? 거칠함을 가위질로 도려내거나 사포질해 사실 원래 미끈했다는 듯 없던 일로 삭제할 게 아니라, 앞선 비유적 의미로 도면을 수차례 수정해 나가듯, 그리고 서로 다른 천들을 기우는 동시에 그 바느질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야 한다는 최유미 선생님의 ‘패치워크’ 비유 같은 일들이 다각도에서 벌어져야 할 것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 묻는다면, 가령 우리는 전시를 만드는 사람들로 이 이야기들을 하나의 도면, 한 면의 패치워크 작업처럼 전시의 형태로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 이상엽 (DCW 2023)

 

 

 

나는 우리의 게놈이 정도 이상으로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우리들의 한 쪽은 나이 때문에, 다른 한 쪽은 불임수술에 의해서 각기 재생산이라는 의미속에서 침묵한 여성일지라도. 이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길 생명의 유전 정보 속에 우리들의 접촉에 관한 어떤 분자적 기록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

우리는 본질적으로 반려종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서로의 몸 속에서 만들어낸다.”

 

수년 전 온라인 ‘미학, 철학 예술 강의'에서 최유미 선생님을 스크린 너머로 만났다. 1강에서 들었던 최유미 선생님과 도나 해러웨이의 문장 중 갈겨쓴 다이어리를 찾아보았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최유미 선생님께서 사전에 나눈 질문들에(대체로 여성, 섹슈얼리티, 포스트 휴먼 등) 답변, 사례나 유효한 꼬리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김원영 작가이자 변호사님과 김초엽 소설가가 함께 집필한 책 『사이보그가 되다』의 구절들이 유독 떠올랐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인 「심리스한 디자인과 이음새 노동」은 ‘매끄러움(Seamless)’이라는 감각의 최고 단계에 닿기 위해 기계와 신체가 하나가 된, 이음새 없는 상태에 대한 낭만과 선망에 대해 비평적 시선을 던진다. 김원영 작가는 “[...] 테크 엘리트보다 우리가 나은 점이 있다면, 덜컹거림을 감수하며 그 틈새로부터 예상치 못한 곳으로 기꺼이 뻗어나가는 역량일 거라고 생각한다.” 라는 문장으로 장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매끄러울 수 없다. 우리는 닮아있고, 상대방을 서로의 몸 속에서 만들어냈다. 마찰과 요철을 감수하며 반려할 작업과 너그러운 입양이 필요한 때다.

- 이지언 (DCW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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