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Ⅲ - 이민희
3차 세미나 – 이민희(전시 디자이너)
이민희 전시 디자이너는 전시 기획 의도를 해석하여 특정한 공간에 시각화하는 전시 디자이너의 역할과 업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설명에 따라, 전시 기획에서의 ‘디자인하다’라는 용어의 쓰임을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 공간을 입체적으로 연출하여 기획의 맥락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과정, 그리고 움직임 방향과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등의 설계를 통해 관람객의 감각 기억을 유효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은 점은, 관람객에게 전시는 공간-기억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작업을 경험하는 관람객의 시각과 움직임 등 특정한 공간에서 작품과 상호작용하는 관람객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전시를 물리적으로 구축하는 과정에 있어 주요한 출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 유승아 (DCW 2023)
이민희 전시디자이너는 ‘공공’과 ‘상업’으로 나뉜 상이한 성격을 지닌 두 기관에서 전시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들을 나누었다. 전시 공간을 구성하고 작품의 주변을 꾸리는 과정에 있어 기획의도와 주제, 장르, 주최의 성격에 따라 작품이 중심이 되기도, 관객이 중심이 되기도 하는 등 매번 그 초점이 다르게 작동하는 부분은 당연한 일임에도 일견 흥미롭게 다가왔다.
전시를 시각화하는 일을 맡는 전시 디자이너는 어떤 면에서 그가 전시에 개입했다는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가 하면, 확실히 뒤로 물러나 안 보이게끔 존재해야 할 때가 있다. 한 전시가 매력적으로, 또 관람객이 전시를 잘 감상하도록 하는 여러 순간에 전시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아 있다고 느낀다. 한편 예산이 적거나, 작은 단위의 전시가 만들어질 때 ‘전시 디자이너’의 존재는 보통 없거나 일정 부분 작가나 기획자가 도맡게 된다. 작은 단위의 전시들을 꾸려온 기획자로서 작품을 보여주고 관객을 맞이하는 더 광활하고 동시에 섬세한 시선과 조건들을 건너 엿볼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이상엽 (DCW 2023)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전시라는 매체를 ‘디자인'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관의 안팎을 경험한 이민희 전시 디자이너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워크샵의 주요 내용은 그의 지난 작업을 함께 나누며, 공공성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미술관의 전시와 모객에 집중하며 관람 행위에서 일어나는 소비에 초점을 둔 상업 전시의 차이를 짚어보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전시디자인 차원이라기보다 전시의 정보 전달체계를 정립하는 과정으로 읽혔는데, 미술관 전시는 작품을 가장 고려한다면 상업 전시는 관람객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물론, 영리와 비영리 전시로 ‘전시'라는 매체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와 예외가 있다는 전제도 잊지 않았다. 그의 작업 방식 중 몇몇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전시장을 구성할 때 100%가 아닌 80%를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하여 공백을 두는 것, 사유와 곱씹음의 시차를 보장하는 배려가 돋보이는 지점이었다. 나아가, 그 공백에는 동시대 주요하게 논의되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도 포함되었다. 작품과 전시 기물 사이, 통로 등은 1,200-1,500mm을 확보하는데 이는 휠체어의 원활한 순환을 돕기 위함이었다. 또 하나를 꼽자면 대규모 전시를 디자인할 때 강약 조절에 신중하다는 점이었다. 섹션 1에서 2로 넘어가는 장면에서 힘을 빼는 것 또한 다음에 만나게 되는 작업에 대한 일종의 대기실이자 간주 구간을 부여하는 작업으로 여겨졌다. 전시를 물질적으로 구성하기에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과 작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려는 애정 어린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이지언 (DCW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