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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IX - 채은영

2022.12.29

9차 세미나 – 채은영 (기획자/'임시공간' 디렉터)

 

 

채은영 문화기획자의 실천은 ‘트랜스-로컬리티(trans-locality)’, 낱말과 낱말 사이를 잇는 붙임표가 끈적이는 액체처럼 뚝뚝 떨어지며 잔상을 남기는 합성어이자 채 번역되지 못한 단어로부터 출발한다. 나는 그의 언지대로 과거와 현재, 공간과 장소, 연고와 관계가 흐트러지는 지점에서야말로 지역과 지역 사이의 경계를 초극하는 ‘트랜스-로컬리티'가 발생할 수 있음에 동의한다. 그는 서울과 인천, 혹은 다른 도시 사이의 일그러진 시공간을 내포하기 위한 은유로서 ‘한양 컨템포러리'라는 표현을 줄곧 사용해왔다. 그런가하면 한 인류학자는 일본의 잔재인 ‘국제(international)’라는 번역어의 사용을 지양하며, 중심부-주변부의 이분법에 대항하는 개념으로서의 ‘인터로컬(interlocal)’을  지방과 지방 사이를 의미하는 ‘방제(方際)’로 번역하길 제안했다.*

이질적이고 개별적인 존재들이 상호 교차하는 장소는 다름 아닌 그 신체가 거주하는 장소이다. 우리는 몸을 통하는 감각으로 외부를 지각하며 이때 체득한 지식을 기반으로 허구적 공통 세계를 상상하는 힘을 기른다. 이는 부재와 결핍의 재배치를 통해 다른 지형을 상상하는 채은영 문화기획자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인천시립미술관을 연구와 토론의 방식으로 구현하며, 보편적으로 기관에 사용되는 ‘舘(집 관)’이 아닌 ‘觀(세계 관)’을 사용한 연유이기도 하다.

 

* 전경수, 「방제공생, 지방끼리 관계 맺기와 공생」, 『전승과 교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8.
 

– 이미지 (DCW 2022)

 

 

미술사에 서술된 이론과 형식을 실제 본인이 살아가는 공간과 시간대에서 실천하며 타인과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자신이 속한 장소와 공동체 안에서 유의미한 결과값을 도출하려면, 타인과 끝없는 언어적, 비언어적 상호 소통이 필요하다. 더불어 나 역시 자본이 형성한 큰 체계를 벗어난 곳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제도 지향적인 구조와 움직임을 인지한 채 교차 지점 안에서 소소하게 수행할 때 그 울림이 발생한다고 본다. 채은영 기획자가 언급했던 “욕망과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라는 것에 공감하며, 이러한 적확한 이해는 미술뿐만 아니라 모든 행위에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미 있는 제도의 개념을 다각도로 살펴보며, 빈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했던 기획자의 여러 사례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언어나 구조가 가진 힘을 이해하기 위해 선행된 리서치와 그 안에서 도출된 다양한 시각, 다른 공동체와의 공유한 서사 안에서 발생한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나도 일상과 프로젝트 안에서 빛나는 순간의 에너지를 쌓아 나아가고 싶다.

 

– 이민아 (DCW 2022)

 

 

서울과 지역. 중심과 주변으로 서술되는 이분적 상태, 이 중간 없는 생태에서 개별 도시들은 어떤  방식으로 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있을까? 흔히 기획자가 ‘지역’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그 움직임은 제도 바깥에서 대안적인 생태를 조성하기 위한 실천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때 채은영은, 기획자를 제도 바깥으로 위치시켜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들은 제도 안에서 자본과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인물이라고. 이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자라 해서 다르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지역마다 특정한 성질이 있는 것마냥 서울에서 찾을 수 없는 ‘지역성’을 발굴할 임무가 주어진다. ’인천’하면 개항 도시, ‘부산’하면 해양 도시, ‘울산’하면 산업 도시. 도시의 비전으로 빚어진 전시의 이미지는 얼마나 평면적인가?
여러 얼굴을 가진 도시를 하나의 덩어리로 조직하려는 기획은 오히려 한 지역에 대한 지배 욕망을 드러내며, 한 영토가 가진 고유성을 파괴한다. 우리는 특정 지역의 성질을 규정하기보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활동 영역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피고 그 구조를 파악하는 것에서 지역과 공동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민주 (DCW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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