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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Ⅷ – 이영준

2023.12.24

세미나 Ⅷ – 이영준 (기계비평가)

 

선박과 같은 거대한 물체가 어떠한 원리로 작동하는지 연구하는 이영준은 기계를 비평하는 행위와 의미에 관해 이야기했다. 기계의 작용 원리와 구조에 관한 질문은 물질 자체에 관한 이해와 더불어 그것이 위치한 환경, 관계와 같은 맥락을 살피는 과정을 수반한다. 이는 이영준의 비평에 관한 정의와 맞닿는다. 그에 따르면 비평이란 형상을 지닌 물질이 어떻게 기능하고 의미를 획득하는지 세밀하게 탐구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비평은 구체적인 특성의 물질과 추상적인 성질의 사고, 현상 사이를 진자 운동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와 같은 정의는 미술에서의 비평이 매체적 형식에만 천착하거나 의미의 범주에만 온전히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로 확장하여 이해할 수 있다. 내용을 연구하는 동시에 형식을 발명하고, 또 형식이 내용을 낳게 하는 사고가 미술에 필요한 비평적 태도일 것이다.

- 유승아 (DCW 2023)

 

이영준 선생님과의 세미나는 ‘기계비평가’로서 그의 비평, 글쓰기의 기반이 되는 기계 사유에 관한 전방위적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기계비평’이라 하면 떠올릴 법한 동시대의 최첨단 기계, 시스템, 신 개념을 경유한 사유나 접근에 몰입하기보다, 그 시작은 어린 시절 그가 처음 가졌던 기계 경험, 가령 유년기 아버지로부터 소개받은 기계들, 자동차를 운전하는 감각, 배를 타는 경험 등 자신의 신체와 시간/사건들이 맞물리며 체감한 기계와의 만남이 주요하게 작동한다. 그로부터 파생된 기계 사물 자체에 대한 비평과 사물 탐구, 기계의 존재감을 밝히는 게 그의 기계비평을 형성한다. 이번 세미나는 기계라는 단어에 이는 이물감, 거리감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재고해 보게끔 했는데, 이를테면 ‘기계 신체’가 비단 로봇, AI로 점프되는 신체가 아닌, 내 몸에 붙은/붙을 보철물에서부터 지금 당장의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과 타자기와의 만남, 무선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와 쿠션감을 장착한 기계와 내 귀의 접촉 그 자체를 포함하고 있음을 떠올린다.

- 이상엽 (DCW 2023)

 

이영준 비평가와의 세션은 기계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비평의 영역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 수반되는 요소(구조적 이해, 사회⋅문화・지리적 맥락 등) 들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 나눈 시간이었다. 기술을 주제로 하는 전시를 만들며 겪는 고충은 동시대 기술을 인간의 필요와 욕망, 사회가 서포트하는 구조의 해석뿐만 아니라 기술이 작동하는 메커니즘과 시스템에 관한 이해와 해석의 범위를 정하는 데에 있다. 갱신되는 기술은 가속화되며 이를 습득하기 위한 호흡은 가빠지고, 이는 비평을 배제한 채 빠른 변화에 편승하는 현상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영준의 기계비평과 같은 방법론은 본인도 모르게 탑승한 가속주의에 개입하여 제고할 시간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 이지언 (DCW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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